나에게 있어 옻칠이 가지는 의미는 단순히 ‘옻나무에서 추출되는 수액’이라는 천연 재료로서의 의미 이상의 상징적인 존재이다.
옻칠은 다양한 색상을 표현할 수 있으나, 내 작업은 주로 ‘검정’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일반적인 검은색이 가지는 부정적 의미와는 조금 다르게 나의 흑(黑)은 이상(理想)의 결정체이기도 하다.
이는 내면의 이미지를 바깥으로 형상화하여 표현하는 매체임과 동시에 내면과 외면을 연결하는 매개의 역할을 한다.
내가 표현하는 세계는 이상적 세계와 현실의 경계이다.
어둡고 깊은 공간, 그 속에서 표류하는 여러 가지의 감정들과 눈에는 보이지 않는 또 다른 차원의 공간이 존재한다.
언뜻 보았을 때는 어두움 그 자체이지만, 보면 볼수록 나타날 듯 사라질 듯, 잡힐 듯 잡히지 않을 듯 이상적 세계와 현실의 애매모호한 경계를 보여준다.
나의 이상적 세계는 다양한 형태로 때로는 나를 집어삼킬 듯이, 때로는 아주 작은 물방울의 형태로 건드리면 터질 것 같은 결정체로 표현되기도 한다.
이상의 세계는 아름답고, 영롱한 그 무언가의 형태로 때로는 선명하게, 또 때로는 희미하게 잡힐 듯 말 듯 표현되고 있다. [공중누각 : 空中樓閣]을 통하여 새로운 형태의 이상(理想)을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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